제주밭 열두달
한겨울 '초록'을 책임지는 작물, 양배추&브로콜리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같은 날 전국으로 내린 눈은 여느 첫눈과는 다르게 펑펑 쏟아졌지요. 이런 날에도 제주밭의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처음엔 눈 덮인 겨울밭에 초록빛 작물들이 자라고 있어 '채소가 얼진 않을까?'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제주의 기온은 비교적 온화해 눈이 내려도 금세 녹고, 오히려 수분 공급으로 작물이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는 말에 금세 안심했지만요.
제주의 대표적인 겨울 작물은 양배추와 브로콜리입니다. 두 작물 다 커다란 겉잎 속에서 조금씩 몸을 불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쩜, 겨울 날씨와 무척 어울리는 성장 과정이 아닌가요? 겉잎을 한참 헤쳐야 비로소 도톰한 머리를 보여주는 브로콜리는 튤립 속에서 태어난 엄지공주 같기도 하고,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부풀리는 양배추를 보면 엄마 배 속에서 자라는 태아 같기도 합니다. 두 작물 모두 깨끗하게 씻어 생으로 아삭아삭 먹어도, 쪄서 쌈장에 찍어 먹어도 됩니다. 채소 고유의 맛이 이미 좋기 때문에 별다른 양념 없이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랄까요? 영양소는 또 얼마나 풍부한지, 특히 비타민U와 비타민K가 가득 들어 있어서 위점막을 재생시키고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염, 위궤양 등의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더 없는 자연치유 도구가 되지요.
같은 철에 수확하는 작물인 이 둘은 사이조차 좋다는 걸 아시나요? 익는 속도도 비슷해 같이 찌기도 하고, 둘을 같이 생으로 갈아 즙으로 만들어 판매도 한답니다. 함께 차가운 날씨를 견딘 '동지애'라도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쿵짝이 잘 맞는 두 친구를 제주밭 어디서든 볼 수 있어 마음마저 행복해지는 12월의 첫 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