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다품종소량생산,
제주밭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
제주 여행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뭘까요? 흑돼지? 또는 해산물? 아니면 제철 식재료? 저마다 기대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인데요. 게다가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제철 밭작물과 그 밭작물을 길러내는 농부님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났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농부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는데요. 바로 <올바른 농부 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은 문희선 농부님입니다.
“안녕하세요. 8년째 친환경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입니다. 지금은 50여 팀의 농부와 가공업체 그리고 쉐프와 함께 올바른 소비문화를 만들고 로컬푸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올바른농부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2회 열리는 올바른 농부장에서는 다양한 제주 로컬푸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올바른농부장은 2024년 현재 6년째 운영 중인 농부의, 농부에 의한, 농부를 위한 장터인데요. 대부분 소작농이 농작물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농부님들이 모여서 만들었어요. 자본과 대규모 농장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농사짓고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농부님들이 많으신데요. 그들 대부분은 ‘다품종소량생산’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요. 지난 2023년 문희선 대표와 올바른농부장의 농부들 몇몇 그리고 젊은 농부들은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다른 농가를 찾아다니며 연구하기도 했는데요.
“‘올바른농부장’의 농부 5명과 다품종소량 작물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생산할지를 연구하는 <다품종소량생산 연구회>를 만들었어요. 우리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는 다품종소량생산에 있다고 봅니다.”
농사는 산업이 아닙니다. 이 말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다 보면 대규모와 효율을 따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산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사가 다른 산업과 다른 것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을 일궈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짓다 보면 자연스레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문희선 농부님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다품종소량생산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해요.
“옛날 제주는 집마다 우영밭(텃밭)이 있었고 우리가 먹을 것을 스스로 생산했어요. 그런 농부들이 더 늘어나면 육지의 채소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가 키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품종소량생산 연구회>를 운영하고, 제주 지역 쉐프님과 연결해서 농가의 소득을 올릴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씨앗을 나누고 모종을 같이 키우면서 실제 테스트하는 과정을 함께 보기도 해요. 같이 키운 작물을 맛보기도 하고요. 지역별로 맛이 다 다르니까 같이 먹어보고 품평하고, 토종씨앗 콘퍼런스도 진행하고, 각자 생산한 것을 나눠 먹는 식재료 콘퍼런스도 열어요. 우리는 연구회에서 농사짓는 일을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어요.”
연구회의 실험에 함께 참여한 예비 청년 농부들은 자본 없이 바로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해요. 실제로 연구회 회원이었던 예비 농부들이 지금은 모두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끝으로 문희선 농부가 생각하는 제주밭에 대해서 들어볼게요.
“제주밭은 다양성을 지닐 수 있는 땅이에요.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울 수 있고 다양한 생태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자연이죠. 그런데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한 밭에 매년 같은 것을 심고 비료와 농약을 뿌려요. 그것이 땅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일까요? 다품종소량생산은 소농민이 먹고살기 위한 농사인 동시에 제주 생태계를 보호하고 땅을 보존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면서 서로 영양을 주고받고, 새로운 벌레들의 생태계가 생겨나고, 어떤 작물에서는 질소가 나오고 어떤 작물에서는 질소를 빼가고… 이렇게 순환하면서 생태계가 유지되어야 해요. 그러므로 우리의 식탁이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제주밭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문희선 농부는 제주밭이 혹사당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생태농업과 파머컬처를 통해 다양한 생물이 상호작용하여 건강한 흙과 깨끗한 물에서 작물을 키우는 환경. 그는 그 길로 가기 위해 오늘도 <다품종소량생산 연구회> 회원들과 여러 농가를 다니며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 콘텐츠는 제주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2023년 활동보고서 <제주밭한끼 : 제주밭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책자에 실린 인터뷰 글을 재편집하여 소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