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제주 겨울밭 미네스트로네

정원의 제주밭한끼 | 2023년 12월 22일

#제주밭한끼#양배추#당근#감자#브로콜리

제주의 겨울은 12월이 돼서야 환절기가 온 것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급격히 변한다. 갑자기 돌변하는 날씨와 쏟아지는 눈에도 좀처럼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 덕분에 제주에서는 겨울에도 밭작물이 자란다. 특히 양배추, 브로콜리, 감자, 당근, 그리고 무가 대표적으로 많이 생산된다. 이 겨울 작물들은 유난히 달고 재료 맛이 깊어서 채수를 만들기에도 좋고 어떤 식으로 조리해도 풍부하고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번 주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 속 세포들이 자동으로 따뜻한 국물을 바라기 시작하는데, 오늘은 이탈리아에서 겨울이면 빼먹지 않고 먹는 ‘미네스트로네(Minestrone)’를 만들었다. 콩, 빵, 파스타 등을 제철에 나는 채소들과 함께 끓이는 전통 스프다. 우리나라에서 된장국을 끓일 때 집집마다 넣는 재료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미네스트로네의 재료도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감자나 양배추 둘 중 하나는 꼭 푸짐하게 넣는 걸 좋아한다. 방울 토마토와 파프리카 대신에 토마토 퓨레와 파프리카 가루를 넣으면 얼큰하게도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해장 용으로 자주 먹었던 방법인데 속도 편하고 좋다. 여기에 든든함을 더하고 싶다면 소시지와 파스타 건면을 그대로 넣어 같이 익혀주면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이 된다.

 

재료 준비를 위해 시장으로 향하는 길에 겨울 작물이 자라고 있는 내 밭에 들렀다. 열심히 가꾸지 못한 탓일까, 좀처럼 크기가 자라지 않아 오늘은 브로콜리만 수확해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들은 직거래 장터와 오일장에서 구매하였다.

 

     
 

 

 

 

[제주 겨울밭 미네스트로네 재료(4인분)]

‣ 양배추 300g

‣ 브로콜리 100g

‣ 감자 250g

‣ 당근 150g

‣ 양파 70g

‣ 마늘 2알

‣ 토마토 100g

‣ 파프리카 100g

‣ 케일 50g (토스카나 케일로 대체 가능)

‣ 소금 8g

‣ 후추 조금

‣ 물 1L

‣ 올리브오일과 파마산 치즈 조금

 

* 재료의 맛을 충분히 끌어내기 위해 오래 끓이는 국물 요리들은 1인분만 조리하기 어렵다. 끓이는 동안 소모되는 양과 결과물의 수율을 생각해서 원하는 진국의 맛을 내고 싶다면 기본 4인분은 준비하길 바란다.

 

 


 

 

 

 

[제주 겨울밭 미네스트로네 만들기]


① 준비된 재료들은 깨끗이 씻겨 껍질을 벗긴다. (껍질째 조리해도 좋다.)

 

   

 

② 양파는 작게 다지고 양배추와 케일은 5mm 두께로 채 썬다. 브로콜리는 손으로 뿌리를 잡아 떼어 덩어리로 준비한다.

 

 

③ 당근, 감자, 파프리카는 1cm 큐브 모양 자르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④ 팬에 불을 올리고 기름을 두른 뒤 마늘과 양파를 볶는다.

 

⑤ 마늘이 노릇노릇 익으면 팬에서 빼내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마늘은 그대로 넣고 끓여도 괜찮다.)

 

⑥ 양파가 다 익으면 양배추와 당근, 감자, 파프리카를 넣고 살짝 볶아준다.

 

  

 

⑦ 토마토를 넣고 한 번 더 살짝 볶아 준 뒤 물을 더한다.



 

⑧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브로콜리와 케일을 넣고 소금을 8g 넣는다.

 


 

⑨ 30분 정도 뭉근히 끓이다가 기호에 맞게 소금과 후추를 추가한다.

 

⑩ 완성된 미네스트로네를 접시에 담고 파마산 치즈를 올리면 완성. 좋아하는 올리브오일을 한 스푼 더해 먹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Buon Appetito !

 

 

정원 셰프는 …

제주에서 농부님들과 함께 좋은 식재료를 지키고 만들어가기 위해 올바른농부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천에 작은 텃밭을 일구며 이탈리아와 고향 전라도의 기억이 담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대학 시절, 한 끼 한 끼 직접 만들어 먹던 식사를 통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럽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의 주방과 농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 먹는 그들의 집밥 레시피를 기록해 나갔다. 첫 이탈리아 여행에서 인연이 된 이탈리안 가족과 피렌체 근교 시에나에서 지내며 자급자족을 위한 농사와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를 배운 뒤 코로나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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