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제주식 열무김치, 초마기김치

정원의 제주밭한끼 | 2023년 6월 15일

#제주밭한끼# 무

오뉴월이면 시장 곳곳에 열무와 보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열무는 어느 마당에서 나오는지 좀처럼 보이지 않지만 보리는 초록초록한 모습에서 노오랗게 익어갈 때까지 제주도 여기저기서 자리를 지키는 아이들이다. 논이 널린 전라도에서 자란 나는 여름날 초록초록 살랑이던 논벼들이 가을이 되어 익어가는 모습을 보아왔는데 비슷한 관경을 제주에서 초여름에 보고 있자니 느낌이 묘할 뿐이다. 제주에서는 열무를 초마기라고 부르는데 비슷한 단어도 아니고 완전 다른 언어가 생겨나는 게 여전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어릴 적 5월이면 엄마는 항상 열무김치를 담가 익혀 여름내 열무국수를 먹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도 어김없이 육지에서 열무김치를 보내주신 엄마에게 제주식 보리 열무김치를 손수 담가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멜젓이 들어간 제주도식 열무김치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깔끔한 맛이 일품인 엄마의 열무김치 맛에 익숙해져서인지 영 입맛에 안 맞더랬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제주식 멜젓 대신 까나리액젓을 넣었다. 그리고 전라도에서는 감자나 보리 풀죽을 쑤어 넣는데, 제주에서는 보리밥을 지어 알알이 살아있는 그대로 열무와 함께 버무려 익히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풋내와 단맛을 안정적으로 살리기 위해 감자도 함께 넣어주었다.

 


 

 

[초마기김치 재료]

‣ 열무 1단

 절임물 : 생수 2L, 굵은 소금 200g

 양념 : 홍고추 100g, 풋고추 30g, 까나리액젓 70g, 매실청 30g, 새우젓 30g(선택), 마늘 50g, 소금 50g, 찐감자 200g, 양파 300g, 물 400ml

 보리 100g(물 300g에 끓여 밥을 지어 준비한다.)

 추가 재료 : 양파 100g, 당근 50g, 풋고추 10g

 

 

 

[초마기김치 만들기]

 

열무는 노란 겉잎을 떼어내고 3등분한다. 무 부분은 칼을 넣어 꼼꼼히 흙을 긁어내주고 흐르는 물에 2번 정도 살살 조심히 씻는다. 많이 만지작거려 열무가 짓눌리면 풋내가 날 수 있으니 살살 씻고 절이도록 한다.

 

소금 200g 중 반은 열무 사이에 켜켜이 뿌려주고 나머지 반은 물 2L에 녹인다. 절임물을 열무 위에 붓는다. 1시간 30분 정도 절인다. 중간에 한두 번 열무 윗쪽이 아래로 가게 살살 올려 뒤집어 준다.

 

열무를 절이는 동안 양념을 만든다. 홍고추와 풋고추, 매실청, 젓갈, 찐감자, 양파를 물과 함께 믹서로 갈아준다. 마늘은 함께 갈면 알싸한 맛이 강하게 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갈아서 마지막에 넣어준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간이 모자라다면 액젓을 추가한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와 사과, 배 등을 더할 수 있다.) 준비해둔 보리밥을 넣어 섞으면 양념이 완성된다.

 

 

 

절인 열무는 흐르는 물에 한두 번 살짝 씻어준 뒤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채썬 양파, 풋고추, 당근을 양념에 넣고 섞은 뒤 열무를 더해 조심히 버무려준다.

 

⑥ 마지막으로 통깨를 뿌려 통에 담아 실온에 12시간 정도 두고 냉장보관한다.

 

 

 

 

 

소면을 삶아 육수를 붓고, 초마기 김치 한 줌 올려 참기름을 더하면 간단하게 완성되는 열무국수! 여름철 더위에 잃은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데 이만 한 별미가 없다. 

 

 

 

정원 셰프는 …

제주에서 농부님들과 함께 좋은 식재료를 지키고 만들어가기 위해 올바른농부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천에 작은 텃밭을 일구며 이탈리아와 고향 전라도의 기억이 담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대학 시절, 한 끼 한 끼 직접 만들어 먹던 식사를 통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럽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의 주방과 농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 먹는 그들의 집밥 레시피를 기록해 나갔다. 첫 이탈리아 여행에서 인연이 된 이탈리안 가족과 피렌체 근교 시에나에서 지내며 자급자족을 위한 농사와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를 배운 뒤 코로나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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