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여러분은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은 올레길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데요. 제주 곳곳을 다니다 보면 밭담길 사이사이로 여러 밭작물도 만날 수 있을 텐데요. 매달 제주밭은 부지런히 밭작물을 길러내지만, 11월에는 부쩍 더 열심히 밭작물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11월 첫날부터 제주도에는 밭작물과 관련된 멋진 행사들이 연이어 열렸어요.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사들을 소개해드릴게요.
‘농부시장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서’
제주농부시장포럼
11월 1일과 2일 제주 새활용센터에서 ‘농부시장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2024제주농부시장포럼이 개최되었어요. 포럼 기간에는 제주 농부시장을 대표하는 ‘올바른농부장’과‘자연그대로 농민장터’가 협력해서 ‘농부시장@제주’를 진행했어요.
농민들이 직접 길러낸 밭작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식 새끼를 소개하듯 농부들은 소비자에게 밭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농부들은 땅에서 정직하게 길러낸 제주 밭작물이 누구의 집 식탁으로 가는지 직접 볼 수 있는 그 자리가 소중하기만 하답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죠. 식탁 위에 오르는 식재료 중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농부시장을 직접 찾았겠죠. 농부도, 소비자도 먹는 것에 진심이기에 그날의 제주농부시장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습니다.
특히 2일에는 농부들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요. 농부에게 농부시장은 어떤 존재인지, 왜 우리에게 농부시장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포럼에서 농부들은 농산물 가공 판매가 제한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였습니다.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참깨와 들깨로 짠 기름, 못난이 작물로 만든 간식, 밭작물로 재배한 술 등을 판매하고 싶지만, 현실의 ‘식품위생법’은 농민의 소규모 농산물 가공과 판매를 제한하고 있어요. 농부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함께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날의 포럼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과 농부시장 마르쉐@가 주관했는데요. 여러 농민들의 목소리가 합해질 수 있는 아주 귀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포럼과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은 농부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가공품 규제를 완화하고 일시적 판매 행위를 허용하는 등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우리도 정성껏 농사짓는 분들을 위해서 앞으로 지지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밭한끼 페스티벌 ‘신기루맛집’
식탁 위 주연이 된 제주 밭작물 ▼
1년 365일 중 딱 하루만 당신에게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11월 9일 제주에서는 제주 밭작물로 만든 한 끼 식사를 풀코스로 준비한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바로 ‘신기루맛집’인데요.
제주 로컬 식당 12군데에서 각자의 요리 재능을 살려서 밭작물로 에피타이저, 메인 메뉴, 디저트까지 12개의 밭작물로 만든 신메뉴를 출시했습니다. 신기루맛집은 그 메뉴들을 100인의 시식단에게 선보이는 행사인데요.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11월 토요일 오전부터 밭작물로 만든 신메뉴를 맛보고자 많은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로 모여들었어요. 시식이 진행될 때마다 각 레스토랑의 쉐프님들이 무대로 올라오셔서 지금 맛보는 메뉴에 어떤 밭작물이 들어갔고, 어떻게 요리하였는지를 들려주셨어요.
우선은 4개의 에피타이저가 순서대로 식탁에 올랐는데요. 아방솟덕의 ‘꽃빙떡’, 마마파운드의 ‘지슬 스콘, 제주 레몬 딜버터’, 라이터스블럭의 ‘제주 밭작물 샐러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젤라떼리아섬의 ‘체다깜냥’이 마치 무대에 오르듯 식탁에 들어섰어요. 음식마다 제주 밭작물의 원물 맛이 느껴져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어요.
에피타이저로 감칠맛을 돋운 후에 드디어 메인 요리들이 들어섰는데요. 칠분의오의 ‘제주 토종 자색 찰보리 아란치니’, 카고크루즈의 ‘제주 양하 핑크 알프레도 소스 파스타’, 포쉬노쉬의 ‘제주 핑크 키마카레’,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뜻을담다 단지의 ‘메밀 콜라비 물김치&메밀약밥’이 나왔어요. 그야말로 식탁 위 주인공이 온전히 제주 밭작물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디저트의 시간이 돌아왔는데요. 진진제과 ‘쫀득 밤호박 모찌’, 게무로사의 ‘초코 비트 케이크’, 섬마을과자점의 ‘제주 메밀 크런치 초콜릿’, 카페인팜의 ‘제주 노을 소르베’가 차례로 식탁 위에 올랐습니다.
각각의 메뉴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요. 모든 메뉴가 제주 밭작물의 고유한 맛을 머금음과 동시에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신선함과 건강함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귀한 한 끼 식사를 대접받은 100인의 시식단은 이 모든 것들이 진정 제주밭에서 난 밭작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시식이 끝난 후에도 각 레스토랑의 부스를 다니며 쉐프님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비록 신기루맛집은 단 하루만 열렸지만, 각각의 메뉴는 레스토랑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기로맛집의 100인 시식단에 들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인데요. 무엇보다 제주 밭작물이 식탁의 온전한 주연이 될 수 있기까지 고생해서 밭을 일궈낸 농부님들 그리고 제주 로컬 식당의 사장님과 쉐프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 싶네요.
※ 제주밭한끼 지도는 제주밭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