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11월의 제주는 온통 노랗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촘촘히 달린 풍경을 보면, 자연이 제주에만 허락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재 제주 풍경은 밭마다 열매와 '깔맞춤'한 콘테나(컨테이너 박스를 이르는 말)가 쌓여있고, 일찌감치 수확을 끝낸 밭도 있습니다. 선과장도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요.
▼ 한림 히피웅농장(상명리)
'귤의 제철은 겨울이지 않나? 지금 수확하는 귤이 맛있을까?'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수확해 출하하는 노지귤을 '극조생감귤'이라고 합니다. 가장 빨리 수확하는 귤이며 싱싱하고 상큼한 맛이 특징이지요.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나오는 귤이 딱일 겁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는 껍질이 얇고 단맛이 강한 '조생감귤', 12월에 수확한 뒤 저장했다가 이듬해 출하하는 '중만생감귤'이 차례로 나올 예정입니다. 제주에 귤이 차고 넘쳐 지겹지 않냐고요? 노지귤과 하우스귤, 타이벡감귤에 만감류까지 더하면 그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지겨울 틈이 없습니다. 까먹는 귤마다 같은 맛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맘때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손톱이 노래질 정도로 자꾸만 귤껍질을 까게 되니까요.
처음부터 제주가 귤의 왕국은 아니었습니다. 척박한 토양에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아 귤농사를 짓던 1세대 농부들이 수많은 접붙임 실험과 연구, 그리고 실패를 거듭했지요. 포기하지 않은 덕에 이렇게 멋진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11월이 되면 어김없이 만나는 풍경은 귤의 다채로운 맛만큼이나 지겹지 않고, 오히려 반갑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귤을 소비자에게 전해줄까' 고민하며 노력하는 제주귤밭의 농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