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제주에서 만나는 세계의 가정식
:제주 밭작물로 만든 맛있는 밭한끼를 맛보세요!
유난히 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 제주시 한경면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있었어요. <맛있는 폴부엌>에서 기획한 <제주에서 맛보는 세계의 가정식> 첫 번째 시간이었는데요. ‘청수살롱’을 운영하는 김양숙 농부님이 제주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젊은 시절 영양사로 일하던 농부님은 어느 날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병원도 다녀보고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수 치료도 받아보았지만, 숟가락 하나를 들 힘조차 생기지 않았다고 해요. 겨우겨우 직장 생활을 이어갔지만, 농부님은 더는 그 일을 해나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그길로 남편에게 달려가서 “우리 농사를 지읍시다!”라고 했다는데요.
농부님을 다시 살게 한 것은 바로 ‘제주밭’이었다고 합니다. 제주 토박이였던 농부님은 바닷가마을 고산리에서 중산간 마을로 시집을 왔는데요. 당시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이라 바닷가마을과 중산간마을은 왕래가 어려웠죠. 그 때문에 식생활부터 식재료까지 대부분의 문화가 농부님이 경험해온 것들과 달랐다고 해요. 부모님이 농사를 지었지만 결코 농부가 되지 않겠다는 남편에게 양숙 농부님은 자신이 시작부터 끝까지 다 할 테니 농사를 짓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농부님의 유기농 농사는 건강한 먹거리 보관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맛있고 건강하게 길러낸 농작물을 첨가물 없이 그대로 오래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농부님은 영양사로서의 경력을 살려 건강하게 오래 채소를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제주에서 맛보는 세계의 가정식>의 첫 번째 시간에는 농부님의 채소 보관법을 알려드렸어요. 안타깝게도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여기서 살짝 공개할게요.
(건조 채소 플레이크 레시피)
- 냉장 혹은 냉동된 채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소금 넣은 물에 살짝 데친다
- 약불로 달군 프라이팬에 데친 채소와 소량의 소금을 기름 없이 넣고 볶는다
- 채소의 수분이 날아가면 식품 건조기 70℃에 10시간 정도 건조시킨다
- 건조된 채소는 믹서기에 갈아 채에 친 후 큰 입자는 육수나 국물 요리 등에 사용하고 작은 입자는 주먹밥 등에 사용한다
- 채소 플레이크는 냉장 혹은 냉동 보관한다.
농부님은 이어서 제주 전통음식 콩지 레시피도 알려주셨어요.
(제주 전통음식 콩지 레시피)
- 볶은 콩을 간장에 숙성시킨 음식으로 반찬으로 혹은 다른 음식을 만들 때 양념으로 사용되는 제주전통 음식
- 약불로 달군 프라이팬에 콩을 넣고 볶는다.
- 소독한 용기에 볶은 콩을 2/3 정도 담고 바로 양조간장을 붓는다.
- 2~3일 후 간강에 콩이 불려졌을 때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콩을 먹고 난 후에 간장은 요리의 양념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생선 조림 요리에 첨가하면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농부님의 시간이 끝난 후 이번 워크숍을 기획한 <맛있는 폴부엌>의 운영자 김지연 님과 셰프인 그의 남편이 준비한 ‘세계의 가정식’이 이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제주 밭작물로 만든 풍성한 밥상에 감탄했는데요. 그날 어떤 메뉴를 선보였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제주 밭채소를 활용한 세계의 가정식 : 오늘의 밭한끼>
- 제주 당근&밤단호박 크림스프
- 제주 제철채소와 과일 샐러드W청귤드레싱
- 제주 채소구이 샐러드
- 제주 푸른콩 토마토 스튜
- 제주 채소와 달걀 크림이 들어간 키슈
- 제주 양배추 고기말이 크림 스튜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제주밭과 밭작물 그리고 대표님이 준비한 맛있는 세계의 가정식을 먹으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 밭작물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가정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건 선물 같은 일인데요. 앞으로도 <맛있는 폴부엌>에서 기획한 <제주에서 맛보는 세계의 가정식>을 기대해주세요.
다음은 <맛있는 폴부엌>의 김지연 대표님 인터뷰입니다. 제주밭 캠페인에 참여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게요.
Q <맛있는 폴부엌>에서도 제주 제철 채소로 요리하고 있는데요. 제주 밭작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모든 식재료 베이스는 제주였어요. 처음 요리를 개발할 때 오일장과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제주 로컬 푸드에 대해 조사하였고 그것을 서양식 조리법에 적용해서 메뉴를 개발했어요. 내가 사는 곳에서 자라는 작물로 제철에 요리한다는 것은 맛도 중요하지만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 지역에서 재배되는 채소나 그밖에 생산물들이 이동하기 위해서 혹은 이동하면서 맛과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요. 또 환경을 위해서도 로컬에서 소비되는 것이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맛있는 폴부엌>은 지금 잠깐의 휴식기에요. 내 아이도 먹을 수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소스와 육수를 직접 만들다 보니 많이 지치기도 했고, 7년 동안 내가 가진 아이디어나 능력을 모두 소진했으니 배움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눌 수도 있고 역으로 저희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배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소개하고 싶은 ‘제주 밭작물로 만든 요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편은 셰프라 조리과정이 정교하고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요리를 해요. 그래서 레스토랑 손님의 만족도가 높아요. 하지만 저는 집에서는 최대한 조리방법이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음식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소개할 요리는 이번 1차 워크숍 점심에도 제공되었던 토마토 콩 스튜입니다. 제철 채소와 한번 푹 끓인 콩을 프라이팬에 볶아준 후 취향에 따라 고기나 해산물 등을 넣고 토마토홀을 넣은 후 압력밥솥이나 슬로우쿠커에 뭉근하게 끓여주면 끝이에요. 저는 한번에 많이 만들어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어요. 여름에는 제철 생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 후 사용하셔도 됩니다. 여름에는 못난이 토마토를 싸게 살 수 있어서 자주 해 먹는 요리에요. 빵에 곁들여 드셔도 되고 매콤하게 해서 밥과 함께 드셔도 맛있어요.
Q. 끝으로 대표님에게 제주밭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제주밭은 일상이에요. 아침저녁 그리고 이동하면서 항상 볼 수 있고 재배 과정과 성장 과정을 무의식적으로도 알 수 있는 ‘밭 생활 밀착형 환경’에서 생활해요. 그것을 아이도 함께 직접 보고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제주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제주밭이에요. 제주에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제철 채소를 먹고 요리하면서 제주밭 채소를 더욱더 풍성하게 할수 있는 요리법을 개발하여 알리고 많은 분들이 제주밭 채소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