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제주 여름 밭, 어디까지 가봤니?
제주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바다 서핑, 오름 산책, 곶자왈, 올레길… 무더위를 피해 즐길 거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사실 제주의 여름에는 바다와 오름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사계절 중 가장 열정적인 여름, 제주밭에 눈길을 돌려보세요. 그러면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제주의 진가를 만나게 될 거예요. 그건 바로 제주의 여름 밭작물입니다.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애월은 해안도로가 굽이굽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지역인데요. 마을 구석구석 다녀보면 바다뿐 아니라 밭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특히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항파두리항몽유적지’의 ‘해바라기밭’입니다. 8월이 되면 만개하지만 벌써 꽃잎을 틔운 해바라기가 몇몇 보입니다. 어서 해를 바라보고 싶었던 걸까요?
해바라기가 만개하는 8월이 되면 이곳은 포토존으로 변하는데요. 사실 해바라기는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는 ‘해바라기씨’를 제공하기도 하죠. 정확하게 말하면 껍질을 까면 나오는 부분이 씨앗이고, 우리가 흔히 해바라기씨라고 부르는 겉껍질까지 포함하는 부분은 ‘열매’랍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슈퍼푸드인데요.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나며 식감이 좋아서 한 번 손을 대면 종일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이에요. 하지만 지방 함유량이 다른 견과류에 비해 높아서 많이 먹으면 소화에 좋지 않다는 점은 유념하세요.
해바라기밭을 지나서 애월 해안도로로 가다 보면 나오는 많은 밭이 다음 작물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농부들이 정성껏 갈아엎은 땅은, 제주의 모든 좋은 기운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어떤 작물이 심어질까. 궁금한 마음이 드는데요.
부지런한 농부들은 지금 시기를 놓치지 않고 사이짓기를 하는데요. 해바라기밭을 지나 애월 곳곳을 다니다 보면 참깨밭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 밥상에 ‘고소함’ 한 스푼을 제공하는 참깨는 이 여름을 온전히 지난 후에야 결실을 보는데요. 여름작물답게 꽃은 7∼8월에 연분홍색으로 핀답니다.
참깨는 고소한 향이 강해 소량을 사용해도 충분한 맛이 나는데요. 특히 참기름은 다른 식용유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B1·B2, 철분, 칼슘 등이 많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참깨의 효능은 굉장히 폭넓고 다양한데요. 참깨에 들어 있는 레시틴은 뇌와 심장, 간장을 구성하는 물질로 뇌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동맥경화, 고혈압에 효과가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여름작물을 찾아 떠난 제주밭 여행에서, 이제 막 꽃을 피운 듯 아기자기한 해바라기밭과 훗날 우리 밥상의 고소함이 되어줄 참깨밭을 만났는데요. 여러분은 제주 여름 밭, 어디까지 가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