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생채소부터 건고추, 고춧가루로 낭비 없이 이용되는 ‘고추’
제주도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사계절 내내 푸르른 지역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제주 농부들은 사계절을 쉬지 않고 농사를 짓기 때문입니다. 주요 작물을 수확하고 땅이 잠시 쉬는 틈을 타서 새 작물을 심는데요. 그중 하나가 이 여름을 푸르르게 물들이는 ‘고추밭’입니다.
‘한 경작지 내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두 가지의 다른 작물들을 동시에, 서로 교체해서 재배하는 것과 관련된 농업 방식’을 간작 또는 사이짓기라고 부르는데요.
그때 작물을 틈새 작목이라고 합니다. 고추는 제주 농업인의 훌륭한 틈새 작목인데요.
장마를 이겨내고 무더위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이곳의 고추밭은 바로 제주시 애월읍의 풍경입니다. 고추는 줄기 높이 60cm에 달하는 아기자기한 키 높이의 작물인데요. 제주도 전역에서 틈새 작목으로 인기가 높은 고추는 보통 5월에 심어서 7월부터 수확을 시작해요. 지역에 따라 날씨 환경이 달라서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고추는 수확 시기를 놓쳐도 괜찮은 작물이에요. 오히려 늦게 재배하면 건고추나 고춧가루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 하얗게 핀 고추꽃 (애월읍 노지 고추밭)
고추에는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이 들어있는데요. 이것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합니다. 또 비타민C 함량이 많아서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고 해요. 이처럼 영양이 풍부한 고추는 한국인들의 김치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자, 다양한 요리의 밑간이 되어주기도 하는데요.
‘제주 동부농업기술센터’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생산된 고추는 대부분 제주도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로컬 푸드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물이 바로 고추가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고추는 출하량에 따라 가격 변화가 심한 편이어서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요. 반면 생산된 열매를 낭비 없이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작물이라는 장점도 있어요. 생채소로 판매한 후 남은 고추는 건고추나 고춧가루로 만들어서 2차 판매할 수 있거든요.
제주지역의 고추 재배면적은 10ha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앞으로 농가의 새로운 틈새 작목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7월의 무더운 여름, 싱그럽게 자라나는 고추밭의 풍경이 보이나요? 농부들의 근심 걱정을 떨쳐줄 밭작물계의 매운맛이랍니다!
▲ 애월읍 고추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