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선흘 마을 주민들의 채식 메뉴, 선흘 식탁

| 2024년 5월 2일

#제주밭사람들# 제주밭한끼# 도시락# 밭작물도시락# 선흘

선흘 마을 주민들의 채식 메뉴, 선흘 식탁

 

 

▲ 김혜란 주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주밭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하다니, 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이 질문은 제주밭과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까, 더 나은 식생활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음식이 우리를 건강하게 할까… 먹거리에서 시작된 이런 고민을 기점으로 결성된 ‘광명 YMCA 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은 나아가 

환경 오염, 올바른 교육 문화, 더 나은 세상으로까지 관심을 확대했어요. 그들은 삶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 고민은 결국 서로의 가치관을 연결시켰고 그들은 언젠가 깨끗한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먹거리로 밥상을 나누어 먹는 공동체 생활을 하자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그들 중 열여덟 가구가 제주시 조천읍 선흘 마을에 둥지를 틀고 공동체를 꾸렸어요.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낼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죽이 식지 않은 거리에 살며 서로의 먹거리를 챙겨주고, 

텃밭을 가꾸며 싱싱한 제주밭작물로 밥 한 끼 해 먹는 일.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에 이토록 명쾌한 해답이 있을까요?

제주밭에서 수확한 먹거리들로 선흘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선흘 식탁’을 차리게 되었는지 김혜란 주민에게 이야기 들어볼게요.

 


“선흘 마을에는 공동 주방이 있어요. 저희는 여기 모여서 자주 같이 밥을 먹어요. 그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이 공간에서 

밥 좀 먹게 해달라는 외부 요청이 있었어요. 근처에 한달살이 하는 숙소에서 도시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부탁도 있었고요. 

이때의 도시락은 시중에 파는 일반적인 도시락이 아니라 우리가 모여서 만들어 먹는 집밥을 뜻해요. 저희가 자주 만들어 

먹는 메뉴 위주로 몇 달 동안 도시락 만드는 일을 했어요. 제주밭에서 길러낸 작물들로만 구성된 그야말로 채식 메뉴의 집밥 도시락이었어죠.”

선흘 식탁의 시작은 공동체가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일이었어요. 제주의 제철 작물로 만든, 제주밭 한 끼는 널리 소문났고 이곳저곳에서 요청이 쇄도했죠. 급기야는 마을 사업으로 키워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건강한 밥상을 원하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선흘 주민들은 그동안 함께 밥을 차려 먹던 노하우로 ‘선흘 식탁’을 본격적으로 만들었어요. 혜란 씨는 선흘 식탁 메뉴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우선 영양밥에다 무로 동백꽃 모양을 만든 ‘동백꽃 주먹밥’이 있고요. 그다음에 하와이안 모스바를 변형해서 두부로 만든 ‘모스바’, 

또 양배추 절인 라페를 곁들여 커리 향을 첨가한 ‘라페 냉파스타’가 있어요. 도시락 메뉴는 차가울 수밖에 없어서 냉파스타를 선택했죠. 

그다음에 메밀밥도 만들었는데요.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메밀쌀로 밥을 짓기가 힘들었어요. 식으면 부서지고 식감도 별로였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주의 토속 음식인 메밀 범벅을 알게 되었어요. 메밀은 겨드랑이에만 껴도 익는다고 할 정도로 열에 

바로 익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찐 고구마에 메밀가루를 입힌 ‘주먹범벅’을 만들었어요. 그다음에 채소 구이 양배추에 땅콩 소스를 

얹은 요리도 곁들였고요.”

 


 

채소만으로도 다채로운 식탁을 차릴 수 있음을 증명한 선흘 주민들. 그들은 도시락을 만들 때 봄부터 여름까지 텃밭에 자라는 채소를 사용해요. 

만약 텃밭에서 바로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있으면 제주밭에서 유기농으로 밭작물을 소량 생산하는 농부님에게서 직접 사 올 만큼 그들은 도시락에 

진심이에요. 선흘 식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제주밭작물만으로 이토록 풍성한 도시락을 만들 수 있음에 처음 놀라고, 이 모든 요리를 선흘 마을에 

공동체를 이룬 주민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두 번째로 놀라고, 도시락을 다 먹고는 선흘 곳곳에 심어진 밭작물이 다채로운 색과 맛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세 번째로 놀란다고 해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은 소중한 사람과 건강한 밥 한 끼 먹는 일이라는 것을 선흘 주민들은 일찍이 알고 있었죠. 그들은 날마다 텃밭을 가꾸고, 

제철 채소로 차린 건강한 밥상을 이웃과 나눠 먹음으로써 제주밭과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본 콘텐츠는 제주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2023년 활동보고서 <제주밭한끼 : 제주밭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책자에 실린 인터뷰 글을 재편집하여 소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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