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감자의 시작은 이토록 푸르렀구나

봄에 심은 감자가 자라는 풍경 | 2024년 4월 18일

#제주밭풍경# 4월의감자밭# 지슬# 구좌읍

감자의 시작은 이토록 푸르렀구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고산지에서도, 해가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도, 

비가 내리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도 문제없이 자라는 감자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하는 대표 구황작물입니다. 

파종 후 석 달이면 수확하고, 별다른 가공 없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데다 한줄기에 일고여덟 개가 열리는 덩이식물이니, 

밭을 일구는 농부에게 이만한 효자가 또 있을까요?

 

▼ 구좌읍 평대리, 소농로드(프로젝트 그룹 짓다)의 감자밭


 

제주에서는 2기작이 가능해 보통 여름에 파종해 가을 출하, 겨울에 파종해 봄에 수확하는데, 요즘은 재배법과 종자에 따라 달리 심을 수 있어서 1년 내내 다양하고 신선한 감자를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 구좌읍은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을 지녀서 껍질이 얇고 포슬포슬하며 단맛이 강한 감자가 자랍니다. 

거름을 뿌려 고른 땅에 씨감자를 잘라 심은 1월부터 부지런히 밭을 돌본 덕에, 지금 구좌읍 감자밭은 빈자리 없이 푸른 새싹으로 가득합니다. 

4월의 농부가 물을 주고 풀을 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도 주렁주렁 열매 맺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제주의 4월은 아름다워서 더욱 슬픈 계절이 되었습니다. 감자밭 앞에서, 어떤 잘못도 없이 집을 떠나 숨어야 했던 제주인들을 떠올립니다. 

깊은 산에 숨어 세워 올렸던 산담과 밭담 사이에서도 감자는 싹을 키워냈습니다. 그 시절 감자는 더없이 소중한 ‘한 끼’가 되었습니다. 

막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 앞에서 잠시나마 불안함과 두려움을 걷어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을 이들을 생각하면, 

감자의 시작이 이토록 푸르름에 위로를 얻습니다. 오늘만큼은 ‘감자’를 ‘감사’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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