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지금 시기 제주의 밭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계절, 제주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주밭풍경]에서 소개합니다.
완연한 겨울로 접어드는 12월, 제주 동쪽 구좌읍을 지나다 보면 색다른 밭풍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당근밭이 수확기를 맞이하였기 때문이죠. 농부님들이 모여 당근을 뽑아 일렬로 눕혀둔 뒤 이파리를 모두 제거하고 상자에 담는 모습을 보면, 검은 흙과 초록색 이파리, 주황색 당근이 대비를 이루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전국에 유통되는 국산 당근 중 60퍼센트 이상이 구좌 당근인데요, 생산량도 많을 뿐더러 품질도 월등히 좋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주의 기후 덕분입니다. 가을과 겨울에 기온이 차가워지면 땅속에 온기가 모이게 되는데, 이때 이 공기와 흙의 온도차가 당근의 향과 당도를 끌어올린다고 합니다. 너무 추워 땅이 얼어붙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추운 겨울 공기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이런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가진 곳이 바로 제주입니다.
또한 제주의 동쪽 지역은 토양에 화산회토나 모래가 많이 섞여 있어 물빠짐이 좋아, 뿌리채소를 재배하기에 적합합니다. 기후와 토양, 이 두 조건이 만나는 곳이 바로 제주의 구좌입니다. 구좌 당근은 맛과 향이 특히 좋기 때문에 ‘향당근’이라고도 불립니다. 다른 지역의 당근보다 더 짙은 주홍빛을 띄기도 하고요.
이렇게 당근이 구좌 지역의 대표 특산물로 자리 잡은 만큼, 구좌농협은 당근을 전문으로 매입하여 가공과 유통까지 책임지는 ‘거점산지유통센터’를 설립하여 당근산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 구좌읍 세화리 주민들이 직접 꾸린 ‘세화마을협동조합’은 옛 마을회관을 마을카페로 리모델링하여 당근 주스, 당근 케이크, 당근 쌀빵 등을 판매하며 구좌 향당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2월까지 겨우내 진행되는 당근 수확, 지나칠 수 없는 제주의 겨울철 볼거리입니다.
* 사진 속 제주밭은 구좌읍 세화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