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제주 밭작물로 술을 빚는, 술도가 제주바당

술도가 제주바당 조남석 대표님 | 2023년 11월 30일

#제주밭사람들

 

제주시의 동쪽, 구좌읍 세화리에는 제주 밭작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바로 ‘술도가 제주바당’입니다. 제주 밭과 제주 술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동리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방문해 조남석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술도가 제주바당’의 이야기

 

“술도가 제주바당은 2014년, 임효진 대표가 약주 ‘맑은바당’과 탁주 ‘한바당’으로 시작한 브랜드예요. 그러다가 임효진 대표의 오빠인 임성환 대표가 합류하여 다양한 증류주를 런칭하였죠. 현재는 임효진, 임성환 남매와 저, 셋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오프라인 스토어이자 펍의 대표를 맡고 있고요, 소비자분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음회와 술빚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출시했을 때 ‘맑은바당’과 ‘한바당’은 달콤하고 대중적인 술이였어요. 하지만 저희는 단 술보다는 오히려 드라이하고 부드러운 술을 좋아하거든요. 저희가 좋아하는 술과는 사뭇 다른 방향성으로 빚고 있었던 거죠. 고민 끝에, 우리의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을 빚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요. 삼양주로 빚던 ‘맑은바당’과 ‘한바당’을 이양주로 빚고, 맵쌀의 비율을 높여 단맛을 줄였어요. 그리고는 증류 설비를 구비해 증류주를 빚기 시작했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메밀이슬’과 ‘제주낭만’, ‘키위술’이에요. 그리고 ‘성산포소주’까지, 현재 총 여섯 가지 술을 빚고 있습니다.”

 

 

술도가 제주바당에서 빚는 술들.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며 직접 맛볼 수 있게 한 잔씩 따라 주셨다.

 

 

밭작물로 빚어낸 전통주


“사실 전통주는 두 가지로 나뉘어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인데, 우리가 ‘전통주’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게 ‘민속주’에요. 제주의 오메기술이나 고소리술, 안동의 안동소주 같이, 예로부터 특정 지역의 전통적인 제조법으로 빚은 술이죠. 술도가 제주바당의 ‘메밀이슬’과 ‘제주낭만’, 그리고 ‘키위술’은 지역특산주에 속해요. 제조법과 무관하게, 지역의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해서 빚은 술인 거죠. ‘메밀이슬’은 메밀을, ‘제주낭만’은 백도라지를, ‘키위술’은 키위를 사용했어요. 물론 모두 제주산이고요. 특히 ‘키위술’은 키위의 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독일의 과실주 슈냅스(Schnapps) 제조법으로 빚었습니다.”

 

 

 

 

‘메밀이슬’ 이야기


“제주는 땅이 척박해 예로부터 쌀이 귀했죠. 그래서 쌀로 만든 막걸리 대신 차조나 보리로 만든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있어요. 그런데 제주는 메밀로도 유명하거든요. 메밀을 재배하는 면적도 강원도보다 월등히 넓고, 봄과 가을 두 번 재배가 가능해 생산량도 많죠. 이러한 제주의 대표 작물인 메밀로 술을 빚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메밀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영농조합 ‘한라산아래첫마을’에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주셨죠.”

  

  

“사실 처음에는 증류주가 아니라 탁주를 빚을 생각이었어요. 메밀을 받아서, 도정도 안 하고 통째로 쪄서 술을 빚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한 거죠. 술에서 메밀 껍질의 쓴 맛과 떫은 맛이 그대로 났어요. 안 되겠다 싶었는데 이미 술은 빚어 놓았으니, 이걸 한번 증류해 볼까? 해서 증류주를 만들게 된 거예요. 사실 증류해 놓고도 잊고 있다가, 1년 정도 후에 찾아서 먹어보니 이게 맛이 괜찮았던 거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레시피를 다듬고, 이제는 도정도 해서, 만들고 있는 게 ‘메밀이슬’이에요. 메밀 고유의 향이 잘 살아있고, 목넘김이 부드럽죠.”

 

 

여전히 개발 중!


술도가 제주바당의 오프라인 스토어, 실내를 둘러보면 연구실 같기도 하다. 다양한 병에 담겨 각자 다른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술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술도가 제주바당에서 판매하는 술 모두, 레시피를 조금씩 달리해서 테스트해 보고 있어요. ‘키위술’은 원래 골드키위를 사용하는데, 올해 좋은 기회로 레드키위를 받게 되었어요.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는 중인데, 다음 달쯤이면 증류해볼 수 있을 거예요. 레드키위로 빚으면 어떤 향이 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아무래도 증류주는 도수가 높다 보니 일반 소비자분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한번은 키위술을 17도 정도의 낮은 도수로 빚어본 적이 있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이를 상품화해 보려고 논의 중이에요.”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제안을 많이 해 주세요. 얼마 전에는 백향과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백향과로 과실주를 만들어보면 어떨지 제안을 주셔서 만들어본 게 있어요. 특이하게도 매콤한 향이 나더라고요. 또, 어떤 분께서는 과실주에 오크 향을 입혀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셨어요. 브랜디처럼 숙성하는 거죠. 키위술에 오크 향을 입히니 특색 있더라고요. 이렇게 이런 저런 방법으로 계속해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술도가 제주바당의 바람

 

“‘물이 좋은 곳에 좋은 술이 있습니다.’ 어떻게 술을 빚는지도 중요하지만, 물과 재료가 좋아야 술 맛이 좋아요. 제주는 물도 좋고, 술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도 많아요. 제주의 과일이나 밭작물을 이용해 특색 있고 맛있는 술을 빚어보면 좋겠죠. 구좌읍은 당근으로 유명하지만 구좌 감자도 유명해요. 품질도 좋고요. 감자로 보드카를 빚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구좌 보드카’,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이곳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는 술빚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어요. 막걸리만 빚어보는 프로그램이 있고, 이양주 막걸리에 증류까지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죠. 체험 후에는 술도가 제주바당의 술 여섯 종류를 맛보는 시음회를 꼭 해요. 참여자분들과 술 한 잔씩 하며 술에 대한 이야기도 해 드리고, 또 참여자분들은 술이 어떤지 피드백도 주시고, 이렇게 다 함께 술을 즐기는 시간이 저는 정말 즐겁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양조장 옆에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운영하고 싶어요. 지금은 술빚기 체험이든 시음회든, 차량을 이용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면 운전하시는 분은 술을 못 드시죠. 아무래도 제주는 저녁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려우니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다면 집에 돌아갈 걱정 없이, 모두 함께 저녁 늦게까지 술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조남석 대표님의 재치 있는 입담을 안주 삼아 향 좋은 술을 마시니,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술 익는 향과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술도가 제주바당’. 찬 바람이 부는 겨울, 구좌를 지나게 된다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줄 ‘메밀이슬’ 한 잔은 어떨까요?

 

 

‘술도가 제주바당’ 오프라인 스토어 : 제주시 구좌읍 한동로 27

운영 시간 : 12:00~19:00 (화요일 목요일 18:00까지, 수요일 휴무)

 

‘술도가 제주바당’ 인스타그램 계정 : intagram.com/sooldogajejubadang

 

문의 : 인스타그램 DM 또는 064)782-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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