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지금 시기 제주의 밭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계절, 제주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주밭풍경]에서 소개합니다.
첫눈과 함께 새로운 계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늦가을, 제주밭은 초록빛으로 가득합니다. 바로 제주의 대표 월동채소가 밭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지요. 가을이 지나면 대부분 작물 재배가 마무리되는 육지와는 달리, 제주는 오히려 겨울에 밭작물이 풍성합니다. 특히 양배추 속을 꽉 차고 단단하게 재배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일교차가 필요한데요, 이런 최적의 조건을 제주의 겨울이 지니고 있지요. 지금부터 1월, 2월까지, 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초록색 밭이 바로 양배추 밭입니다.
진한 초록빛 밭은 양배추 밭, 푸른 은빛을 띠는 밭은 브로콜리 밭이다.
제주도의 토양이라고 하면 물이 잘 빠지는 검정색의 화산회토로 이루어진, ‘뜬땅’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애월읍이 위치한 제주도의 서북부 지역은 ‘된땅’이라고 부르는 비화산회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화산회토는 화산회토보다 찰기가 많고 비옥해 잎채소를 재배하기에 알맞습니다. 반면 화산회토는 토양 입자가 고와 작물이 뿌리를 내리기 쉽고, 물빠짐이 좋아 작물이 수분을 많이 품을 수 있습니다. 뿌리채소를 재배하기 안성맞춤인 것이죠.
이렇게 토양의 특성에 따라 재배하는 작물이 달라지는 제주밭. 제주 서쪽의 된땅에서는 이렇게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많이 볼 수 있고요, 제주 동쪽의 뜬땅에는 당근과 무로 초록빛인 제주밭을 볼 수 있답니다. 겨울철 초록빛 제주밭을 마주친다면, 그 작물들이 뿌리 내리고 있는 토양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사진 속 제주밭은 애월읍 하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