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제주의 일용품, 동백기름

제주밭이야기 | 2023년 9월 30일

#제주밭이야기#동백#동백기름

 

 

제주에서는 여느 집의 마당에서도, 길가에서도 동백나무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수’로 많이 심었기 때문입니다. 동백은 일반적으로 봄에 꽃이 피지만 제주는 날씨가 따뜻해 11월부터 꽃이 핍니다. 한겨울, 까만 현무암 돌담에 눈이 하얗게 쌓인 위로 붉은 동백꽃이 떨어진 모습이 인상적이지요.

 

겨우내 꽃을 피워낸 뒤 봄에는 동백 열매가 맺히는데요, 9월 중순이 지나면 열매가 충분이 익어 저절로 벌어지며 동백 씨앗이 땅에 떨어집니다. 이 씨앗을 압착해 뽑아낸 기름이 바로 동백기름입니다. 일반적으로 동백기름은 옛날부터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도록 미용에 사용했다고 알고 있을 텐데요, 재봉틀을 닦거나 등잔불을 피우는 데, 또 나무 궤에 칠하는 등 두루 사용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음식을 할 때도 동백기름을 사용했습니다. 피부나 머리카락에 바르거나 약용으로 쓰는 동백기름은 씨앗을 생으로 압착하는데, 식용으로 쓰는 기름은 동백 씨앗을 볶은 뒤 압착해 내, 들기름처럼 진한 밤색에 고소한 향이 납니다.

 

 



 

 

 

동백기름은 담백한 맛이 나며, 튀김 요리에 사용하면 특유의 바삭함이 좋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는 나물을 무치거나 전을 부칠 때도 흔히 사용하고요, 특히 찹쌀 반죽을 튀기듯 구워내는 제주의 전통 음식 ‘지름떡(기름떡)’은 동백기름으로 부쳐야 그 맛이 난다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 제주 사람들은 마당의 동백나무 아래에 떨어진 동백 씨앗들을 줍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를 모아, 민족 대명절 추석이 가까워지면 방앗간에서 동백 기름을 뽑아 차례상을 준비하지요.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식용유와 윤활유, 화장품으로 대체되었지만, 이들이 없던 시절 동백기름은 제주 사람들 매일의 일상에 녹아 있었습니다.

 

 

 

* 사진 속 제주밭은 조천읍 선흘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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