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겨울밭 주인공은 나야 나! 구좌 당근

| 2024년 12월 13일

#제주밭# 제주당근# 구좌당근# 평대리# 제주밭작물


 

전국의 당근 생산량은 겨울 제주도에서 70퍼센트, 그중 40퍼센트는 제주의 동쪽 구좌읍이 맡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겨울에 당근을 사면 유독 진한 검은색 흙이 묻어 있는데, 검은 땅 구좌읍에서 수확한 작물이라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구좌읍 중에서도 평대리에서 당근 농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대의 제주어는 '벵듸'인데 돌과 잡풀이 우거진 거칠고 너른 들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양가 없고 척박한 땅이었지요. 아무것도 수확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땅을 일구고, 마침내 가장 달고 맛있게 자랄 작물을 찾게 된 것이죠. 척박한 땅이지만 물빠짐이 좋았던 터라 당근은 잘 자랐고, 구좌읍은 감귤 대신 당근으로 승부수를 띄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등 생산량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한겨울 검은 흙밭에서 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단맛과 수분을 머금은 당근은 다른 어떤 밭에서 자란 당근보다 달달하고 청량한 맛이 납니다. 구좌 당근주스는 물을 조금도 섞지 않을 정도니까요.

 

▲ 당근주스와 당근이 들어간 커리(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소농로드)

 

당근은, 그간 요리의 보조역할을 하는 작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김밥에는 알록달록 색깔을 내기 위해 얹었을 뿐입니다. 감자와 함께 볶아 반찬을 만들었지만, 그것을 감자볶음이라 명명했지 당근볶음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조연이었던 당근이, 제주에서는 얼마나 주인공 역할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당근주스, 당근케이크, 당근라페, 당근전까지! 누군가 제주의 겨울밭 주인공 자리를 당근에게 넘겨줘도 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지네요. “당근이죠!”

 


▲ 구좌읍 평대리(소농로드)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