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황금빛 들녘, 제주의 보리밭

제주밭이야기 | 2023년 5월 18일

#제주밭풍경#보리

제주의 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보리. 실제로 1980년대까지도 제주에서는 쌀 대신 보리를 주식으로 먹었다고 합니다. 제주섬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탓에, 물을 가둬두지 못하는 토질 때문에 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쌀이 굉장히 귀했고, 밭에서 키울 수 있는 보리나 메밀을 대신 먹었어야 했지요. 특히 보리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제주의 농번기라고 하면 가을이 아닌 봄, 바로 보리 수확철이었으며, 학교에서 ‘보리방학’을 가져 학생들이 부모님 일손을 돕게 할 정도로 바빴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보리는 밥을 짓고, 빵을 만들고, 가루 내 물에 개어 마시고, 발효시켜 청량음료로 마시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먼저 보릿가루를 발효시켜 구워낸 ‘상웨빵’은 쌀가루를 쪄서 만드는 떡 대신 제사상에 올랐으며, 간단한 식사로 즐겨찾던 제주의 향토음식입니다. 팥소를 넣어 달콤하게 즐기기도 했는데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리빵’, ‘보리찐빵’이 상웨빵의 맥을 이어온 음식입니다. 제사상에 빵을 올리는 전통은 시간이 지나 서양식 빵이 유입되면서, 오늘날에는 카스테라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또, 보리를 볶은 뒤 가루 낸 것을 물에 개어 마시는 ‘개역’은 간단하게 말해 ‘보리 미숫가루’입니다. 현재는 우유에 타 걸쭉하고 달콤하게 마시는 음료로 익숙하지만, 제주에서 예로부터 먹었던, 개역에 우무를 넣고 부추를 얹은 ‘우미냉국’은 여름철 해녀들이 즐겨먹는 간식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쉰다리’는 발효 음료, 즉 제주 전통 요구르트입니다. 우유 대신 보리로 만들었지만 말이죠. 제주에서는 쉬어 버린 보리밥을 버리지 않고 누룩을 더해 삭혀 음료로 만들었습니다. 더운 날, 갈증을 풀어주고 소화를 돕는 청량음료인 셈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제주의 식탁에 오르는 보리, 5월 제주의 황금빛 들녘에 넘실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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