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 열두달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나만의 비건 생활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밭작물로 만든 빵을 만들어요!
제주시 종달리 해변 마을에는 ‘비그로우(Vegrow)’라는 작은 빵집이 있어요. 비그로우는 ‘비건’의 ve와 ‘성장하다’의 grow의 합성어로,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노력하여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동화 속 작은 마을에 위치한 이 빵집은 박지효 씨가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주 시골에 살면서 제철 작물을 넣은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지효 씨는 제주 제철 작물에 매료되어 농사도 시작했는데요. 그의 비건 라이프, 그리고 밭작물로 만든 빵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 제주밭한끼 워크숍 프로그램 운영 모습(2024년 7월)
아주 작은 시골 빵집에서 지효 씨가 날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어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그리고 따뜻하게 만드는 빵을 굽고 싶다.”
그의 작은 소망이지만 자신이 만든 빵이 오늘 찾아오는 고객과 가족들을 건강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빵을 굽는다고 해요.
그는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사는데요. 처음 비건을 시작한 이유는 사실 단순해요. 대학생 때 작은 자취방에서 살았기 때문인데요. 고기를 굽거나 뭔가 끓이거나 데워서 요리하면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았던 거죠. 옷에 냄새 배는 게 불편해서 채소 위주로 먹다 보니 어느새 비건의 삶을 살게 되었는데요. 다만 한 가지 채소만 먹어서 건강에는 좋지 않았다고 해요. 그때부터 올바른 비건 생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요.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만큼 밭작물이 빠르게 자라는 것을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곤 하는데요.
“제가 키운 다양한 채소를 배부르게 먹으니까 그제야 건강하고 충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후로 그는 완벽하지 않아도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비건 생활을 응원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는 밭작물이 들어간 빵을 만들기 위해서 제철 식재료를 찾아 나서곤 했는데요. 그러면서 동네 농부님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이 정성스레 농사지은 밭작물에 애착이 생겼다고 해요. 매번 남은 농산물을 가져다주는 농부님도 있고 판로를 찾기 어려워하는 농부님도 있다고 해요. 그러면서 밭작물 베이커리에 입문하게 되었는데요. 그는 이토록 멋진 농산물을 만드는 농부님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방법 또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해요.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너무 바빠서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운 농부님도 많았지만, 소비자와 농부님을 연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우선 맛있는 제철 농산물을 찾아서 목록을 만들고 베이커리와 함께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선별했어요. 그런 후에 그 밭작물을 키우는 농부님을 수소문하여 찾아다녔죠. 이것이 소비자와 농부님을 연결하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의 시작인데요. 농부님이 작물을 키우며 경험하신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요. 이번 여름에는 참여자분들이 농장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효 씨는 제주 작은 시골 마을의 빵집에서 손님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아요. 직접 찾아나서는 거죠. 베이커리 수업부터 팜투테이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바쁜 지효 씨는 이런 일을 해요.
“첫 번째로는, 빵을 굽고요. 두 번째로는, 빵에 다양한 밭작물을 넣어보는 거예요. 단순하게 빵 굽는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무료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고 하다가 동네 삼춘들이 주신 당근, 콜라비 같은 채소를 빵에도 넣어봤죠. 농사를 배우고부터 꿍꿔왔던 일이기도 해요. 제철 식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방을 만드는 일이요. 10명의 친구들과 모여서 텃밭 농사를 짓는 병아리 공동체도 함께 하고 있어요. 이 세 가지가 제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활동이에요.”
앞으로 지효 씨가 만들어가는 밭작물 베이커리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대해봐도 좋겠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복작복작 재미있게 자신만의 비건 생활을 펼쳐가는 지효 씨가 하는 거니까요!
<비그로우>는 2024년 제주밭한끼 워크숍 참가팀으로 매월 제주의 밭작물을 활용한 베이커리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습니다.
8월은 풋귤을 활용한 워크숍이 준비되어 있으며 다른 팀들의 워크숍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워크숍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제주밭 홈페이지 또는 신청페이지 (https://litt.ly/jejubaat_workshop)에서 확인 바랍니다.